한보사건 첫공판 - 깃털론 발빼는 홍인길 피고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7일의 한보사건 첫공판에서 검찰이 홍인길(洪仁吉)피고인이 수사 초기 제기했던'깃털론'의 의미를 축소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눈길을 끌었다.

洪피고인 역시 그간의 파문을 의식한듯“나는 정치권의 실세가 아니라는 겸양의 뜻으로'깃털'이란 말을 사용했다”고 검찰의 신문에 화답했다.

그는“깃털이라는 말을 언론에 밝힌 이유가 뭐냐”는 검사의 질문에“평소 자주 쓰는 은유적 표현으로'실세(實勢)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洪피고인은 이어“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나의 힘을 믿고 끈을 대려는 사람들에게 곧잘 들려주던 말”이라며“언론에 이름이 보도된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겸손한 마음을 나타내고자 평소 자주 쓰던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洪피고인은 이어 자신이 왜'희생양'이 돼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보도내용과 정가'살생부'로 소문난'홍인길 리스트'에 대해서도“본 적도 말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법조 주변에선“검찰이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의식해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할애해 질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이어 정태수(鄭泰守)피고인에 대한 신문때도“몸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난 홍인길의원밖에 모른다”는 답변을 끌어내 방청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