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차관 중소기업엔 유명무실-요건 까다롭고 조달비용도 큰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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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준다며 정부가 95년 5월부터 허용한 중소기업 상업차관 제도가 시행 2년이 다 되도록 실적이 단 한건에 불과해 이 제도가 유명무실(有名無實)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96년 6월 유일하게 상업차관을 받은 인천의 ㈜NTK공구는 일본업체가 65%의 지분을 갖고 있어 순수한 국내 중소기업의 상업차관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이 회사의 차관금액도 1억6천8백만엔(12억원규모)에 불과하다.

중소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기업 상업차관은 연간 금리가 리보금리+1.5~2%로 국내 시중금리보다 훨씬 낮아 표면상 금융비용이 적게 든다.

그러나 차관에 따른 지급보증과 수수료 부담이 적지않아 이를 감안할 경우 실제 조달비용은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상업차관을 받기 위해선 담보능력과 높은 신용도를 갖춰야 하는데 이같은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외국금융기관 접촉에 따른 조달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또 국내 금융기관들이 차관도입에 따른 지급보증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차관 도입규모가 5백만달러 이하인 경우 변호사 대행료등과 같은 수수료를 빼면 국내 금리와의 격차가 거의 없어 기업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이에따라 최근 추진중인 금융개혁에 상업차관 제도 개선을 포함시켜 주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기협중앙회의 한기윤(韓基允)조사부장은“중소기업들이 외국 금융기관등을 상대로 돈을 빌려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협중앙회는 이와관련,상업차관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나 국책은행에서 일정 규모의 차관을 일괄 도입해 이를 중소기업에 분배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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