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M&A, 전경련 관여 적절한가 - 시장경제원칙 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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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농그룹의 미도파를 매수하려는 신동방그룹의 계획이 전경련의 집단행동으로 장애를 받으면서 미도파의 주가는 4만5천원대에서 불과 며칠새에 2만7천원대로 하락했다.신동방측이 공개매수를 할 경우 매수가가 5만원을 크게 넘을 것이라고 예상

했던 소액투자자들은 전경련의 담합적인 행위로 40~50%의 자본손실을 일시에 감수하게 됐다.

전경련의 공개적 개입은 자유로운 경영권의 거래로 경제활력을 기대했던 대다수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자유경제를 앞장서서 주장하고 담합행위와 같은 불공정한 경제행위를 배척해야 할 대표적인 경제단체가 이미 상품처럼 자유로운 거래의

대상으로 인식된 경영권을 거래함에 있어 중소기업은 몰라도 우리 같은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매수행위는 안 된다며 대농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해 M&A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집단행동에 앞서 내세운 논리를 살펴보면 자사주매입 물량을 자기자본의 10%내로 제한한 것이 방어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논쟁의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한 예로 전경련이 방어를 위해서는 상호출자에 대한 제한을 완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의 완화는 가공적인 증자를 통해 무능한 경영팀이 영원히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불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전경련은 외국인이 개입된 적대적 M&A에 공동대처해야 한다고 하는데 경영권이 자유로운 거래의 대상이 된 이상 외국인은 안 된다는 발상은 위법이 아닌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들의 노력에 의해서 소액주주들이 제값을 받게 되

었으니 애국심에 호소해 외국인의 시장참여를 제한하려는 것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전경련은 경영자가 본연의 업무인 경영보다 지분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비효율을 지적했는데 이는 이미 80년대에 끝난

논쟁이다.경영자가 훌륭한 경영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 않다면 그

누구도 매수프리미엄을 주고 대상기

업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살 인센티브를 갖지 않을 것이다.

최선의 방어는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며 만일 계속성을 보장받기

원한다면 지분의 50% 더하기 1주를 지배하라는 것이다.M&A시장을 통한

경영권의 거래는 방만한 경영을 막고 효율성 높은 사업에 기업의 자원을

집중토록 함으로써 산

업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킨다.

따라서 전경련의 집단행위와 그 논리는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돼야 하고

시장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경제이론에

배치되며 자유경제를 주창해야 할 그 단체의 설립취지와도 어긋난다.

M&A를 경영권 탈취로 보는 전경련의 시각은 문제가 있다.탈취란 아무런

보상없이 빼앗는 것이고 M&A는 정당한 거래로서 일반적으로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지급하고 경영권을 사가는 거래행위다.또한 시세차익을

겨냥한 경우에도 공동대처

한다고 했는데 이런 주장도 자본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발상이다.하여튼

금번 전경련의 공동대처는 M&A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잘못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다수 소수주주의 이익을 도외시하고 M&A시장으로부터의

압력을 원천봉쇄하려는 이

번의 조치가 취소되지 않는 한 자유경제 주창자로서의 전경련의 이미지는

크게 손상받을 것이다. 선우석호〈홍익大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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