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1병에 370~2500원, 7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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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환자들이 즐겨 찾는 광동제약 쌍화탕(100㎖)은 경북 청송군의 약국에서는 평균 370원에 살 수 있지만, 인근 영양군에서는 2500원에 팔리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8년 상반기 다소비 일반의약품 판매가격 전국 조사’자료를 인용해 한국일보가 16일 이같이 보도했다.

치주질환 치료제인 동국제약 인사돌(100정)의 평균 거래가격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선 1만원에 불과한데 반해 경북 예천군에서는 무려 7만 3333원이다.

조선무약 솔표우황청심원액(50㎖), 한국얀센 타이레놀500mg(10정), 동국제약 복합마데카솔연고(10g)도 2.3~3.2배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같은 서울 지역 안에서도 1.5배 안팎의 가격 차이가 나타났다. 영양제인 대웅제약 게므론코큐텐의 노원구 거래가격은 2만1500원, 관악구는 3만5000원으로 1.6배 차이가 났다. 솔표우황청심원액은 서대문구(1,475원)보다 강남구(2,171원)가 1.5배 비쌌다.

지역별로 약국마다 가격이 들쭉날쭉 한 것은 1999년 도입한 의약품판매자 가격표시 제도에서 비롯됐다. 공정한 가격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가격 조사ㆍ공개 등 대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한편에서는 과도한 저가경쟁이 벌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양극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약국 간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일부 제품을 최대한 싸게 팔아 고객을 끌어 모으는데 활용한다. ‘싸게 파는 약국’으로 입소문이 나 ‘조제 단골’을 많이 유치할수록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쌍화탕 같은 약이 말하자면 ‘미끼상품’으로 활용되면서 가격 교란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박카스같은 ‘미끼 상품’을 원가에 팔면 전체 이윤이 1만~2만원 줄지만 조제 손님 3, 4명만 더 오면 바로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품 가격은 약국 밀집도에 반비례한다.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이다. 게므론코큐텐, 기넥신 등 2가지 품목이 전국 최저가인 인천 서구의 1㎢당 약국 수는 0.9개로, 쌍화탕과 타이레놀이 가장 비싼 경북 영양군의 0.006개보다 밀집도가 150배나 높았다.

약품을 대량 주문하는 약국에는 제약업체와 유통업체에서 대폭 할인을 해줘 약국별 공급 가격도 다르다.

결국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미끼 상품의 가격이 싸지고, 싸게 약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판매량이 증가한다. 판매량 증가는 다시 공급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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