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프리미엄'대선 예비주자들 충격-이회창 대표 지명에 허찔린 각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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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의 대선 예비주자들은 경쟁자인 이회창(李會昌)고문의 새 대표 지명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각 진영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가장 가능성이 희박했던 것으로 여겨졌던 카드를 꺼냄으로써 의표를 찔린 셈이다.예비후보들의 반응은 두가지 점에서 일치한다.

첫째는 당이 최악의 상황이니 단합을 잘 이뤄내라는 당부다.그러나 이것은 인사치레에 불과한 것같다.본심은 두번째 요구에서 드러난다.한결같이“공정한 경선이 보장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새 대표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이한동(李漢東)고문의 반응은 격렬했다.李고문은“그동안 이회창고문이 수차례나 대선후보 경선과정의 공정성을 거론했다.경선 예비주자는 대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는지 분명

히 밝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李고문이 총재가 지명한 대표라면 나는 지난 2주간 여론과 언론이 추천하고 지명한 정신적 대표”라는 말까지 덧붙였다.새 대표가 총재의 지명이라는 제도에 의해 임명됐지만 승복은 못하겠다는 일종의 공개도전인 셈이다.이한동 고문

이 이런 식으로 새 대표에게 흠집을 낸 이상 앞으로도 협조적이진 않을 것이다.그러나 李대표측은“당을 추스르는게 우선이니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찬종(朴燦鍾)고문은“내가 위기의식을 갖거나 위축됐다고 보지말라”고 주문했다.그는 13일 오전 金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지금까지 해오던대로 목표를 향해 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金대통령도“알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朴고문은“(새

대표가)공정한 경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는다”면서도“이회창고문이'대표는 경선출마 포기가 전제조건이 돼야한다'고 말했다.자신이 한 말이니까 자신이 알아서(처신)하리라 믿는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홍구(李洪九)전임대표는“탁월한 인물이 대표직을 맡게 됐으니 총재와 대표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난국과 시련을 극복하자”고 말했다.그러나 李전대표의 측근은“상황을 좀 지켜보는게 나았을텐데 경선출마 선언을 미리 해버린게 부담이 된다”

고 말했다.

김윤환(金潤煥)고문은“대선예비주자든 아니든 새 대표는 경선을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약속을 당원과 국민에게 해야한다”는 입장이다.金고문은 측근들에게“내가 한 말외에 일체의 사족을 붙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현재 여권의 상황이 얼

마나 민감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덕룡(金德龍)의원과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도“당을 잘 이끌어달라.그러나 경선관리는 공정하게 해야한다”는 원론적 얘기를 했다.

뇌졸중으로 입원중인 최형우(崔炯佑)고문측은 황소웅(黃昭雄)비서실장 명의로“학식과 덕망을 겸비한 훌륭한 분이 당대표를 맡게돼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측근은“李고문이 당대표로서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이한게 아니냐”며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측근들은“무엇보다 崔고문이 빨리 회복돼야 한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이들 예비주자는“당대표가 큰 프리미엄이긴 하지만 유리하기만 하지는 않다”며 은근히 기대섞인 분석도 한다.

한보사태.현철씨 비리의혹등 새 대표가 떠맡아야 할 난제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자칫하다간 이홍구 전대표처럼 상처만 입게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일단 이회창대표가 어떤 위기때처능력을 보여줄지 유심히 살피며 일단 관망하는 자세다.'신한국당의 새봄'은 매서운 꽃샘바람과 함께 오고 있다. 〈김종혁.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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