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락세 바닥 찍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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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르겠지만 어쩌면 내릴 가능성도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를 점치는 전문가들의 말이다. 하나마나 한 말이지만 전문가들조차 그 이상 말하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연말을 앞둔 환율의 움직임은 그 정도로 예측 불허다. 워낙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외부 변수이므로 예측은 더욱 어렵다.

한 경제연구소의 외환전문가는 경상수지 흑자, 미국·일본·중국과의 외환 스와프, 미국 달러의 약세 등을 거론하며 “앞으로 원화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수출 부진,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도 등이 원화가치의 하락 요인이라는 것이다. 다른 외환 전문가들도 대답은 비슷하다.

모든 전문가들이 한 가지 자신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달 24일(달러당 1513원)보다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점이다. 원화 가치의 하락세가 저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실제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5.5원 상승한 달러당 136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우리은행 권우현 과장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11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원화 가치는 장중 한때 40원 이상 상승하면서 133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수입업체들이 결제용 달러를 대거 사들이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원화 가치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의 하락세가 저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과거 13년 평균치보다 28%나 하락해 있는 원화 가치는 앞으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마무리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 다시 상승할 요인이 많다는 것이다. JP모건도 이달 말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를 1300원으로 예측했으며, 내년 말에는 1180원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크레디스위스(CS)는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는 150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메릴린치도 올 연말 원화 가치를 1450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내년 말 원화 가치에 대해선 CS가 1350원, 메릴린치는 1300원으로 전망했다. 원화 가치가 연말에는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겠지만 내년엔 소폭 오를 것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는 셈이다.

국내 국책·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내년 평균 환율 전망도 1040원(삼성경제연구소)~1210원(한국경제연구원)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보다 원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데는 모두 같은 의견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위원은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내년 말에는 원화 가치가 100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다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받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원화 가치가 갑자기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과도하게 떨어진 면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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