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업 큰 타격 - 도카이무라 핵재처리공장 폭발사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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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도카이무라(東海村)에서 11일밤 일어난 핵연료 재처리공장 폭발사고로 일본의 원전사업,나아가 장기에너지정책에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공장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공장직원 30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95년12월의 몬주형 고속증식로(후쿠이현) 냉각제 유출사고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분석이다.원전시설은 만의 하나의 경우까지 고려해 안전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고원인이 규명되더라도 기술문제 보완.주민불신 해소등 향후 일본정부와 관련업계가 해결해야할 난제는 한둘이 아니다.

도카이무라의 재처리공장은 한국처럼 별다른 에너지자원이 없는 일본이 2000년대를 내다보고 만든'야심작'이다.지난 82년 가동한 이래 84년 연기가 새나오는 작은 사고는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작동했다.

사고가 난 재처리공장은 원자력발전소에서 타고 남은 연료(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뽑아냄으로써 다른 원전에서 다시 활용하는 이른바 핵연료 리사이클 과정의 핵심에 해당하는 시설로 한국의 원전관계자들이 부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정부는 이 공장에서 생산된 플루토늄을 그대로 몬주형 고속증식로에 보내거나 우라늄과 섞어 보통의 원전시설에서 발전에 활용하는 두가지 방향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이번 사고는 95년의 몬주 사고로 빚어진 국민불신과 기술적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한뒤 에너지자립을 명분으로 이같은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던 시점에서 터졌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사고가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재처리공장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이기 때문이다.일본은 그동안 핵보유국을 중심으로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바 있다.

한편 원전에 대한 일본국민의 반발은 지난해 8월 니가타(新潟)현 마키마치(卷町) 주민들이 주민투표로 원전유치안을 거부했을 정도로 만만치않다.이번 사고 직전인 11일에는 규슈(九州)전력이 미야자키(宮崎)현에 원전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주민반발을 감안해 포기하기도 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사진설명>

폭발사고가 발생한 일본 도카이무라 핵처리공장. [도카이무라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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