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새영화 '라빠르망' - 한남자와 세여자의 수수께끼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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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사랑의 열병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다.20대만큼 사랑이란 감정에 충실하게 매달릴 수 있는 시기가 인생에서 또 있을까.첫눈에 반하는 사랑,운명적인 사랑,영원한 사랑등 20대에게는 다양한 사랑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바로 그 가능성들 때문

에 숱한 방황과 좌절을 겪긴 하지만….

22일 개봉되는 프랑스영화'라빠르망'(원제 L'appartement:아파트)은 세가지의 사랑 사이에서'행복한 방황'을 거듭하는 20대 남자 막스(벵상 카셀)의 이야기다.

영화는 반지를 사려는 막스에게 보석상이 세개의 반지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단순하면서도 이지적이고 독특하답니다.고상한 매력이 있지요”“이건 애간장태우는 여자같죠.긁히기 쉬우니 눈으로만 음미하세요”“이것은 얼핏 탁해보이지만

빛을 받으면 별처럼 빛난답니다”.막스는 망설인다.“다 마음에 드는군요.”그는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나중에 전화를 하기로 하고 가게를 나선다.

이 세개의 반지는 물론 막스의 삶속에 각기 다른 의미를 띠게 되는 세 여자를 상징한다.

성공한 신세대 막스에게는 편안함을 보장해줄 수 있는 약혼녀가 있다.하지만 그녀는 영화에서 딱 두번만 등장할 정도로 비중이 없다.그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여자는 2년전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느꼈지만 헤어졌던 리자(모니카 벨루치)와

자신이 리자임을 주장하는 수수께끼의 여자 알리스(로만느 보링거)다.

'미나 타넨바움'에 출연했던 로만느 보링거는 객관적으로 보면 결코 동정심을 살 수 없는 알리스란 인물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만든다.“누군가를 먼 발치에서 사랑해야 하는 이의 아픔을 아느냐”는 그녀의 절규와 가슴앓이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영화는 어느새 막스의 관점에서 알리스의 관점으로 건너와 있다.현대사회만큼이나 복잡한 도시 젊은이들의 사랑의 감정이 시점과 시간의 이동과 마지막 반전을 통해 얽히고 설킨다.

'라빠르망'이 데뷔작인 프랑스 신예감독 질 미무니는 고독한 분위기의 파리라는 도시,그리고 각각의 주인공들이 혼자 사는 아파트를 무대로 다양한 복선과 상징,또 막스의 회상과 꿈,그리고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는 기법들을 사용해 한 남자와

세 여자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이남 기자〉

<사진설명>

프랑스 신예감독 질 미무니 각본.연출의 젊은이 영화'라빠르망'.젊은

배우들의 신선한 매력과 감각적인 화면이 돋보이는 스릴러풍의

멜로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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