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11호 대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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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경기에서 1-0 상태에서 7회로 접어들면 앞서고 있는 팀이나 뒤지고 있는 팀 모두 주자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7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말린스와 신시내티 레즈 경기에서 말린스가 1-0으로 앞선 7회초, 1사후에 최희섭(25)이 타석에 들어섰다.

레즈의 선발투수 토드 밴 포펠은 지쳐가고 있었지만 왼손타자 최희섭을 의식해 좌완 구원투수를 투입하기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밴 포펠은 주자를 내보내 추가 득점의 기회를 만들어주면 안 된다는 부담에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 승부를 걸어왔다. 앞선 두 타석에서 최희섭을 삼진과 1루 땅볼로 손쉽게 요리했던 자신감이 앞섰다. 첫 타석은 투심 패스트볼, 두번째 타석은 낙차 큰 커브가 승부구였다.

풀카운트에서 밴 포펠이 던진 구질은 투심 패스트볼. 시속 137㎞짜리가 가운데서 약간 바깥쪽으로 가라앉으려는 순간 최희섭의 방망이가 뱀의 혀처럼 흰 점을 휘감았다. 위세 당당한 검은 방망이에 감긴 공은 탁구공처럼 날아올라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홈런이었다.

지난 20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장내홈런으로 10호를 기록한 지 꼭 1주일 만에 터뜨린 11호 홈런이었다. 최희섭은 홈런의 위력을 등에 업고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고의볼넷으로 출루하기도 했다. 최희섭은 3타수 1안타(1홈런).1타점.1득점.1볼넷으로 타율을 0.244로 끌어올렸고, 말린스는 3-0으로 이겼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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