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경쟁 부담에 교수.학생 잇단 자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국내 최고의 과학분야 고급 두뇌집단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교수의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95년 이후 재학생 4명이 학업부진등을 이유로 자살한데

이어 9일 오후3시엔 전기전자공학과 박진석(朴眞奭.36)교수가 자신의 능력 부족을 비관,안방 출입문에 목을 매 숨졌다.

朴교수는 80년 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한뒤 UCLA로 유학가 92년 박사학위를 받은뒤 1년간 인텔사 근무를 거쳐 다시 UCLA에서 위성연구원으로 일해오다 지난달 KAIST로 옮겼다.

朴교수는 박사학위 취득후 50여편의 논문을 낼 정도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해왔으나 성격이 내성적이고 완벽주의자여서 처음으로 강단에 서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3월에는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3학년 李모(19)군이 학업 부적응을 비관,정신분열을 일으켜 투신자살했으며 95년9월엔 박사과정 화학공학과 4년 陳윤명(27)씨가 학위시험 부진등을 고민하다 목매 숨

졌다.이처럼 KAIST 학생.교수의 자살이 잇따르는 것은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집단인 이들간의 경쟁과 학업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특히 평균 IQ지수 1백49인 과학고 출신이 반이상을 차지하는 KAIST의 치열한 경쟁은 학생

들의 자살충동과 중도탈락 사태를 가져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잇따른 자살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학측은 지난해부터 1학년생들의 학사경고 제도를 없애는 한편 상담실 기능을 강화했으며,올해 신입생 수련회에선 3박4일간 꽃동네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했다.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신경정신과 이시형(李時衡)박사를 초청해“정신건강을 위해 적당히 공부하고 취미생활을 즐겨야 한다”는 내용의 강의를 갖는등 학생들의 건전한 정신건강에 각별한 노력을 쏟아오고 있다. 〈대전=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