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법 타결이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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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침내 노동법이 여야간에 타결됐다.지난해 12월 국회의 날치기 통과이후 70여일만의 일이다.정치 한번 잘못해 두달반을 허송세월한 셈이다.세월만 허송한게 아니라 법개정 취지마저 변질됐다.국제기준에 맞는 노동법으로 바꾸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부여한다는 개정정신마저 변질된 채 힘겨루기와 눈치보기로 일관한 정치협상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쨌든 여야 합의에 의한 노동법이 나오게 됐다.여든 야든,사용자든 근로자든 나름대로 불만이 있고 아쉬운 점이 있겠지만 여기서 이젠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소모적 논쟁을 일삼기엔 우리 경제가 너무 위중하다.기업이 살아야

사용자가 있고 근로자가 있다.기업이 죽어가는데 더이상 법개정 타령만 하기는 어렵다.

노동법 타결이후 노사 모두 심기일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이번 노동법 개정에서 가장 큰 변화가 복수노조 상급단체 즉시 허용이다.80년대 후반부터 불법 노조투쟁을 주도했던 민주노총이 엄연한 제도권 안의 노조로 인정받는 노동운

동사의 큰 변화다.제도권 노조로서 민주노총이 해야할 일은 지난날 독재정권 시절의 정치투쟁과는 다른 변모를 보이는데 있다.

복수노조 허용,곧 세력확장을 위한 노노(勞勞)대결이란게 일반적 우려였다.합법노조로 바뀐 지금 이런 국민적 우려를 말끔히 씻는 일이 민주노총의 우선과제다.파업을 통한 세(勢)과시나 압력으로 문제를 풀려는 방식을 이젠 지양해야 한다.

경제에 대한 책임과 협력을 함께 하는 분별있는 노조로서 행동해야 한다.그러나 이미 민주노총은 5월 총파업을 다짐하고 있고,노조없는 일부 대기업에 세확장을 위한 세력부식에 착수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이래선 안된다.합법노조인 민주노

총이 정치투쟁 아닌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새로운 노사관계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다.미진하고 불편한 법조항이 많다 하지만 더이상 이 문제로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는건 바람직하지 못하다.중요한 사실은 기업 자체가'정리해고'가 되지 않게끔 노조와 합심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와 땀을 함께 나누는 산업현

장을 일궈내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데 있다.

기술력과 생산력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 지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한다.노사화합이 곧 기업의 경쟁력 제고고 우리경제 살리기의 출발임을 서로가 다짐하고 확인하는 계기가 노동법 타결의 시발점이기를 지금 국민들은 간곡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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