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대화·성생활 망치는 일등공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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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15면

과도한 술은 부부관계 단절의 일등공신(?)이다. 배우자의 음주는 늦은 귀가, 외도, 사고와 실수는 물론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주 싫어하기 마련이다. 많은 남편들이 “바가지를 긁는 아내를 피하기 위해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한다”고 말하고, 아내는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기에 바가지를 긁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최근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외부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아내에 대해 남편이 잔소리를 하고 이것이 큰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상담가의 눈으로 보면 부부가 각자 편리한 대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문제를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외부에서 술 마시는 기회와 시간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또 취한 상태에서 내뱉는 말은 언어폭력이 되기 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체로 술 문제가 있는 남편들은 평소엔 순하고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며 성격적으로는 의존적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아내가 자신의 불만이나 욕구를 알아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혼자 스트레스를 받다가 술 힘을 빌려 “당신하고 결혼한 것 후회해” “너는 남편을 무시하냐”는 등의 막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행동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배우자에게 불만이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만일 말주변이 없어 대화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서운한 내용에 관해 편지를 써 전달해도 좋다.

술은 또한 부부갈등을 일으키는 성기능 장애의 주범이다. 적당한 양의 술은 긴장을 풀어 주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을 살려 주어 성적 욕구와 성기능을 높여 주지만, 과음은 오히려 성기능을 약화시키고, 알코올 중독에 이를 만큼 술을 마시면 만성적 성기능 장애가 된다. 술에 민감한 여성은 적은 양에도 신경이 무뎌져 성적 흥분이 저하되기도 한다. 술과 성생활을 조화시키려면 분위기와 양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적당한 조명과 음악 속에서 한두 잔의 와인을 마시는 정도라면 부부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지면서 멋있는 성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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