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막나가는 아이들 통제할 매뉴얼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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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무너진 초등학교 교실의 실상을 폭로하며 ‘체벌 허용’을 주장한 현직 교사의 책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서래초 영어교과 전담교사 김영화(55)씨가 쓴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미니허니)이다. 야단치는 교사에게 아이들이 욕하고 대들면서 심지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현실이 소설 형식으로 묘사돼 있다.

<본지 12월 12일자 11면>

보도가 나간 뒤 기사와 관련된 e-메일과 전화, 인터넷 댓글 등이 쏟아졌다. “잘못하면 때려야 한다” “교권은 매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는 등 체벌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초등교사 경력 34년째라는 정모씨는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와 “기사 내용이 바로 내 얘기”라면서 “정말 울고 싶고 하루빨리 학교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이달 초 2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중학교 2학년인 딸과 함께 귀국했다는 이은주씨도 메일을 보냈다. “며칠 학교에 다녀 보더니 아이가 수업시간에 떠들고 자는 학생이 너무 많아 놀랐다고 말한다. 야단친 교사 뒤에서 교사가 들을 만한 큰 소리로 욕을 계속하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안에서 생활 태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초등 3학년 학부모라는 양성희씨는 “어린 아이들을 사랑으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교권을 침해한다고만 하니 어이가 없다”는 메일을 보냈다. 양씨는 “초등 1학년 담임 교사가 일기 쓰기를 지도하면서 ‘오늘’이란 표현을 계속 사용한 아이의 일기장을 찢어 버린 일도 있다. 교사들의 권력 아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참고 산다”고 적었다. 독자 이미영씨는 전화를 걸어 와 “굳이 체벌을 허용하지 않아도 지금 학교에선 체벌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토끼뜀을 300회나 시켜 아이가 걷지 못하게 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 더욱 시끄러웠다. 12일 오후까지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이 2500건을 넘어섰다. 이런 논란에 대해 책을 쓴 김영화 교사는 “동료교사들이 ‘실제 상황은 (책 내용보다) 더 무섭다’고 전한다”면서 “규정을 어기고 막 나가는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일선 초·중·고교에서의 체벌은 각 교육청의 지침 등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또 체벌 금지 조항을 신설한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발의로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육적 체벌이 완전히 금지되면 순수한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정책실에서는 “아이들의 인권의식을 키우고 민주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체벌을 대체할 다른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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