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자금 매년 늘어 31조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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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하자금의 실체(實體)는 무엇일까.새 경제팀의 출범과 함께 금융실명제 보완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이 부분이 관심이다.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금융실명제 보완의 필요성을“실명제 이후 숨어 버린 지하자금을 양성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그렇다면 지하자금은 도대체 어떤 돈이고,어느 정도의 규모일까.또 각종 제도보완을 통해 얼마만큼의 돈이'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을까. 〈관계기사 1면〉

우선 규모를 보자.재정경제원은 지난해 8월 펴낸'금융실명제 3년의 성과와 과제'라는 책자에서“지하자금을 계량화하기는 어려우나 실명제 이후 점차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조세연구원은 같은 시기 비슷한 보고서에서 지하자금은 93년 23조2천억원,94년 26조9천억원,95년 31조2천억원으로 되레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지하자금이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년 8.9%로 93년 이후 조금씩 높아졌다. <그림 참조>

이런 돈이 어디에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없다.흔히 지하자금은 금융기관등'제도권 밖에 있는 돈'으로 일컬어진다.예컨대 사채(私債)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이나 장롱속에 묻어 둔 돈이 지하자금이라는 것이다.姜부총리는“

세금을 안 내는 돈이 지하자금”이라고 말했고 강만수(姜萬洙)재경원차관은“지하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지하자금이 아니다”는 말로 대신했다.

하지만 사채시장의 돈도 상당부분은 어음할인등을 통해 이미 경제활동에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지하자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사채자금이라도 개인 집에 쌓아 놓은 것이 아니라 은행에 들어 있다면 이미 산업자금이 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姜부총리의 말대로 금융실명제 보완을 통해 지하자금을 양성화한다 치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의 돈이 생산적 부문으로 나올지 미지수인 셈이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실명제 보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과연 지하자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또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실체파악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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