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이경식 실명제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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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강경식(姜慶植)신임 부총리와 이경식(李經植)한은총재.'두 경식씨'간에 금융실명제를 둘러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姜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실명제 보완을 외치고 나선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한은 李총재는 지난 93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한 주역이었다.그는 당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재무.법무장관등과 함께 실명제 실시를 발표하던 사진을 지금도 집무실 책상위에 놓고 애지중지할 정도

로 실명제에 애착을 갖고 있다.

누가 뭐래도 실명제는 문민정부의 대표적인 업적이며,이제 와서 고치자는 주장은 일부'구린 돈'이 남아있는 기득권층의 이해 때문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姜부총리는 자신이야말로 금융실명제의'원조(元祖)'라고 믿는다.일찍이 지난 82년 재무장관 시절에 실시는 좌절됐으나 금융실명법을 만들기까지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姜부총리의 판단은 현재의 실명제가“비리척결 수단에 지나치게 초

점이 맞춰진게 문제”라는 것이다.그의 이런 발언은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금융자산소득을 4천만원으로 정하고 비실명자금의'퇴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실명제가 너무'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그러나 李총재는 자신이 주도한 실명제

실시 이후 정부가 완화정책을 써온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왔었다.

이제 부총리.한은총재로 칼자루를 바꿔쥔'두 경식씨'간에 실명제를 둘러싼 논리나 보완방향에 대한 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볼만하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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