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 윤리법의 새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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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공직자의 뇌물의 범위를 느슨하게 규정한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한 것은 시의적절(時宜適切)하다.현행법체계 아래서 공직자의 금품수수는 상당부분 형법(刑法)에 규정한 알선수뢰 또는 알

선수재조항으로 처벌했으나 지금까지의 적용실례로 보면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뇌물죄로 치죄(治罪)하기는 매우 어렵게 돼있다.가령 직접 직무관련이 없는 경우 떡값이란 명목의 뇌물은 수십억원을 받아도 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온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때 그 신고및 처리절차만을 규정하고 있다.즉 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그것을 국고에 귀속시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규정을 제외하면 공직자가 어떤 금품을 받아도 공직자윤리법으론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이를 형법으로 처벌하려면 엄청난 거증노력이 필요하고,이내 단죄(斷罪)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문민정부의 대규모 사정(司正)과 개혁바람 아래서도 공직자의 무분별한 선물.향응.이익 수수(授受)행위가 끊이지 않은 것은 바로 이같은 법의 맹점(盲點)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도 한 큰 원인이다.따라서 잇따른 뇌물수수사건으로 미증유의

국난을 겪고 있는 지금 공직자의 뇌물수수를 보다 철저히 규제하는 법률의 탄생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구상중인 개선안은 내외국인으로부터 제공되는 선물.향응.이익 가운데 건전한 사회관행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과 금지되는 것을 구분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즉 일단 모든 선물.향응.이익의 수수를 금지하고,법에

허용되는 것만을 예외로 인정하되 그 인정의 범위를 법으로 명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뇌물-떡값 시비는 사라질 수 있다.공직자가 가외로 받는 모든 금품.향응은 오로지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자유롭거나,적법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위법이 될 것이다.공청회를 통해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금품.회식.

접대비.경조사비 등의 적정범위를 분명히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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