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리포트>중국姓쓰는 정치헌금자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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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워싱턴에선 중국인들의 이름이 유난히 자주 거론된다.엊그제 미 민주당이 잘못 거둔 정치헌금 1백50만달러를 돌려주겠다며 함께 발표한 77명의 자금 기부자 명단에도 왕.추.첸등 중국 성을 쓰는 사람들의 이름이 숱하게 들어있다.

민주당 선거자금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존 황등 중국계 자금책들을 통해 모아진 자금이 반환될 1백50만달러의 3분의2나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선거자금 제도는 또 한번 도마위에 오르게 됐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워싱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치열한 로비전쟁이다.

문제가 된 중국계 정치자금은 중국과 대만의 집요한 대미(對美) 로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대미 로비는 정평나 있다.대미 로비가 가장 세다는 이스라엘에 필적할 유일한 국가라는 평이다.

69년부터 무려 25년간'미국 상품 사주기' 정책을 펴면서 1백20억달러를 쏟아부었고 95년 6월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미국 방문은 워싱턴의 법률회사 캐시디에 4백50만달러를 주고 계약한 결과였다.

대만의 로비는 특히 미 의회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미 의원이나 보좌관들을 대만에 초청해 최고급 대접을 베푸는'대만 나들이'로비는 유명하다.지난 한햇동안에만 20명 이상의 공화.민주당 의원과 1백24명의 보좌관이 대만에 초청됐다.겉으로는 대학.연구기관 초청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경비는 대만 정부와 국민당이 대고 있어 지난해만 50만달러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다.

李총통의 방미(訪美)는 그러나 중국의 대미 로비를 눈뜨게 했다.중국도 대만에 뒤질세라 지난해 58명의 의원.보좌관들을 초청했고,정치 헌금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최근 워싱턴 대사관 요원들을 대폭 보강했고 외교부 고위관리는 미 의회에 대한 로비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대만은 주장한다.

몇몇 국가들엔 워싱턴처럼 중요한 전쟁터가 없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사진설명>

지난 95년 6월 모교인 미국 코넬대를 방문하기 위해 뉴욕주 시러큐스

공항에 도착한 리덩후이 대만 총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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