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되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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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 복구 작업이 10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화마에 스러진 지 꼭 열 달 만이다.

문화재청은 10일 강원도 삼척시 준경묘(濬慶墓)에서 숭례문 복구에 사용될 금강송을 벌채한다고 9일 밝혔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5대조 묘인 준경묘 주변에는 국내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금강송 군락(작은 사진)이 조성돼 있다. 고종 때 경복궁 중수와 1961년 숭례문 중수 공사에도 이곳 소나무가 쓰였다. 문화재청은 600년 전 숭례문이 축조됐을 때도 이곳의 금강송을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

벌채에 앞서 준경묘에선 숭례문 복구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고 금강송을 떠나보냄을 고하는 고유제(告由祭)가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준경묘 봉향회 주관으로 열린다. 이어 문화재청 주관으로 산신제를 봉행한 후 금강송 한 그루를 벌채한다. 준경묘 주변의 스무 그루가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벌채된다. 건조와 재단을 거쳐 숭례문의 기둥·보 등 주요 부재로 쓰일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용 소나무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소나무를 찾아나선 숭례문복구단 직원 5명이 지난 4개월 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경북 울진과 강원도 강릉·삼척 등 40여 곳을 답사했다. 전국 각지의 166명이 무료 기증 의사를 밝혀온 소나무를 확인한 결과 12명이 기증한 금강송 167그루가 선발됐다. 이들 소나무는 어른 가슴 높이의 지름 40㎝ 이상으로 그루당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지름이 60㎝ 이상인 소나무도 15그루가 포함돼 있어 숭례문 대들보용 목재 조달도 가능해졌다. 금강송을 기증한 신승배(60)씨는 “나라의 제일 가는 보물인 숭례문을 되살리는 데 내가 기른 소나무가 쓰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열달 전 화마에 휩싸여 무너졌던 국보1호 숭례문을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오늘부터 본격화된다. 복구 공사는 2012년 12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성룡 기자]


9일 오후 화재 열 달 만에 찾은 숭례문에선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다. 숭례문 주변엔 1~3m 깊이의 구덩이가 곳곳에 패어 있다. 3명 1개 조가 종일 발굴 작업을 하면 3.3㎡(1평) 넓이의 땅을 50㎝ 정도 팔 수 있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발굴과 함께 국내외 문헌 조사와 문양 및 전통기와 고증 작업을 거쳐 내년 말까지 숭례문 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2010년 초부터는 문루 복구와 주변 성곽 복원 등의 공사가 시작된다. 단청을 입히고 주변 정비가 완료되는 2012년 말 숭례문은 다시 국보 1호의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김창준 숭례문 복구단장은 “복구가 완료되면 기와나 나뭇조각 등 잔해 일부를 통독 당시 베를린 장벽처럼 시민에게 소장용으로 나줘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기헌·이에스더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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