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있는 ‘주문식 교육’ … 잘 나가는 대구영어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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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의 대구영어마을. 일본 대학생 42명이 입소식을 마치고 교육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영어마을에 설치된 공항과 면세점·은행·경찰서·커피숍 등 부스를 돌며 미국 강사에게서 관광 영어를 배웠다. 이들은 규슈의 하카다에 있는 아소외국어관광대학 1학년 학생이었다. 대학 측이 이들을 영어마을에 3박4일간 위탁교육시킨 것이다. 영진전문대학과 자매결연한 아소외국어관광대학은 아소 다로 일본 총리 소유의 아소그룹 산하 대학이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이 현장감 있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생들이 칠곡군 지천면 대구영어마을에 설치된 우체국에서 영어로 우편물 부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영진전문대학 제공]


개원 1주년을 맞은 대구영어마을이 지역의 영어 교육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구영어마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후 1년간 교육을 받은 인원이 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초등학생 4박5일 프로그램에는 8500여 명이 참가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들 초교생에게 한 사람당 34만원을 지원(전체 비용 50만원)하고 있다. 초교생의 방학 중 4주 과정에는 450명, 중학생 4박5일 프로그램에는 406명이 참가했다. 대학생과 유아·초등 영어교사, 기업체 직원, 공무원 등 560여 명도 2~5일 과정에 참여했다. 지난달 모집한 초교생 대상의 방학 중 4주 프로그램에는 100명 모집에 500명이 지원해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영어마을은 입소자가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주문식 교육’이다.

방학 중 초교생 프로그램에서는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수학·과학·사회·음악·미술 교재로 강의한다. 대학생들에겐 취업에 필요한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교사에겐 강의기법을 가르치는 과정이 개설돼 있다. 강사진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사범대학 출신이다. 영진전문대학은 개원 전 이 대학 사범대와 강사진 파견 협약을 체결했다.

시설도 어느 영어마을보다 뛰어나다. 어린이들이 집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방(4∼6인실)마다 화장실을 두 개, 공동화장실엔 모두 비데를 설치했다. 식단은 인스턴트 식품을 쓰지 않으면서도 어린이 입맛에 맞춘다고 한다. 영어마을 측은 “학부모가 걱정하지 않도록 먹고 자는 환경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의 영어마을보다 학생이 부담하는 교육비가 다소 비싸다는 점이 흠으로 꼽힌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원이 없을 경우 자립도 문제다. 고상동 영어마을 원장은 “경기도 영어마을은 적자분을 예산으로 메우기 때문에 학생 부담이 대구보다 적은 편”이라며 “강사진과 양질의 숙식 등 교육 환경은 우리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영어마을 측은 미국·캐나다 등으로 유학하려는 중국·대만·일본 등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학코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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