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 “역사관 편향된 장병 상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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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8일 일부 군 장병의 좌편향적 인식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며 군에 대한 사회 일각의 이념논쟁 제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이 장관은 “매년 입대하는 20만 명의 장병 중에는 대한민국 60년을 사대주의 세력이 득세한 역사로, 군은 기득권의 지배 도구인 반민족적·반인권적 집단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가관·대적(對敵)관·역사관이 편향된 인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에서는 ‘남북 교류시대에 북한의 도발은 없을 것’이라며 군의 기본 임무조차도 북한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행동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장병들을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지닌 ‘강한 전사’ ‘건전한 민주 시민’으로 육성하려는 군의 정신전력 강화 활동이 이념 논쟁화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국방부가 일부 도서의 군내 반입을 금지하고, 좌편향 논란에 싸인 고교 역사교과서에 수정 의견을 내자 일부 단체가 군을 비난하고 나선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20년 이상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병사들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적 가치를 신념화하도록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군사적으로 보장하면서 동시에 ‘현시적이고 실체적인 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연설문에는 군의 자성을 촉구하는 대목도 나왔다. 이 장관은 “한·미 연합방위 체제에 너무 익숙해져 우리 스스로 전장의 주인으로서 전쟁을 기획하고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배양하는 데 무감각해진 경향도 일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구시대의 패러다임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면서 전투형이 아닌 관리형 군대의 모습도 노정됐다”며 “군대다운 군대가 되도록 군을 재조형(reshaping)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는 김태영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각 군사령관과 군단장 등 140명이 참석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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