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판 위기극복 청사진은 언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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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 주요국들이 다가오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 경기부양의 청사진을 속속 내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도로 건설과 에너지 효율화, 교육 경쟁력 향상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 2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이른바 ‘신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무려 약 700조원(3조5000억 위안)을 퍼부어 전국의 철도망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기차 경제(로코모티브 이코노미) 구상을 발표했다. 모두 대규모 공공지출을 통해 가라앉는 경기를 살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경기부양책이자, 투자 대상이 미래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데 긴요한 분야다. 앞으로 이들 국가가 대규모 공공투자의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내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떤가. 감세냐 재정지출이냐를 두고 여야가 연일 논란을 벌이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복지지출 사이에서 갈팡질팡이다. 정부가 내놓은 경기대책도 규모 면에서 보잘 것이 없는 데다 그나마 찔끔찔끔 나눠주겠다는 것이어서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의 부양책을 믿고 따르면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신뢰가 생기질 않는 것이다. 경기부양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경기부양용 예산을 14조원 늘리겠다고 했을 때 미래의 성장동력 확충에 투자를 집중할 것을 주문했었다. 미국과 중국이 대규모 SOC 투자에 나선다고 그것이 곧 우리에게도 꼭 들어맞는 처방전일 수는 없다. 고용효과와 성장 가능성이 작은 토목공사 대신 장래에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몰아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의 강점이면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ET(환경기술), 문화 콘텐트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육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견해들을 참고하여 분명한 경기부양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지원책을 조속히 내놓길 바란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실기해선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