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발언권 노려 전쟁배상 교묘히 악용 -일본 외교문서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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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은 지난 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체결을 계기로 주권을 회복한뒤 시작한 아시아.유럽 각국과의 전쟁배상 협상을 전쟁책임의 이행보다는 국제무대로의 재복귀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시사하는 사실이 24일 공개된 일본정부의 외교문서에서

확인됐다.

53년봄 오카자키 가쓰오(岡崎勝男)외상이 동남아를 방문,배상협상을 벌였던 관련문서에 따르면 일본의 전쟁배상 협상은 아시아 피해국들에는 배상액 삭감을 위해 강경자세를 고수한 반면 영국등 유럽국가에는 호의적으로 배상문제를 해결하는등

차별화가 뚜렷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버마(현 미얀마).필리핀은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배상금으로 각각 1백72억달러,1백억달러,80억달러를 요구했으나 일본측은 온갖 구실로 최대한 삭감,인도네시아에 2억3천만달러,버마 2억달러,필리핀에 5억5천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종결지었다.

오히려 일본 경제계는 그후 이른바'배상 비즈니스'를 통해 동남아국가에 진출,시장을 독식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일본은 영국과의 배상협상에서는“양국관계 개선은 국제무대에서의 일본의 발언을 증대시킨다”고 판단,당초 일본측이 제시한 3억엔(당시 약8백30만달러)을 넘은 5억엔(약1천3백만달러) 으로 배상문제를 타결했다.

또 스위스가 28억엔(약7천8백만달러)의 배상을 청구하면서 41억엔상당(약1억1천만달러)의 일본자산을 동결하자 일본 외무성은 스위스와의 배상협상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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