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국수습과 경제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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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일로 예정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시국수습담화의 내용을 두고 주로 김현철씨문제와 당정개편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우리는 경제문제에 관한 대통령의 확실한 입장표명과 방향천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믿는다.마침내 한보사태까지

빚은 金정부의 그동안의 경제정책과 오늘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제추락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방식의 경제운용 의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그래야만 남은 1년이나마 경제의 표류와 무력화(無力化)에 제동을

걸 희망이라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그동안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의적.즉흥적으로 정책이 결정되고 일관성없이 자주 왔다 갔다 한 점이다.노동법날치기나 경쟁력 10%높이기 등에서 보듯이 경제정책에 관한 권한이 청와대에만 집중되었다.경제팀이 소신을 갖고 밀고 나갈래야 나갈 수 없었던 정책운용방식에서 많은 문제가 일어났다.

나머지 임기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전문가팀을 이끌 수

있는 경제총리나 경제부총리에게 대폭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경제팀에 소신있고 일관성있게 경제정책을 추진할 권한과 책임을

주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둘째는 대선을 의식해 선심성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국민에게

분명하게 약속하는 일이다.벌써부터 부동산투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내수부양책이 여당과 정부에서 쏟아지고 있다.신한국당의 건설경기부양및

그린벨트 규제완화 요구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이미 재정경제원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한

증여세와 상속세를 면제한 새로운 저축상품과 신도시개발구상 등도 그런

예다.대통령의 담화에는 경쟁력 10%높이기처럼 전시성 캠페인과 같은

허구성 정책보다는 미래의 비전

을 제시하고 다음 정권에도 계승될 수 있는 경제살리기의 철학이

담겨있어야 한다.

셋째는 한보사태와 관련된 정부책임자를 과감히 문책하고 정책및 행정적

실패에 대한 책임규명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일이다.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보사태가 공직자탓이라는 응답이 48%였고,정부정책에도 잘못이

있다는 대답도 45%나

돼 이 둘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보사태에 관해 관료는 한결같이 책임이 없다고 우기기만 했고 검찰의

수사대상도 되지 않았다.이같은 무책임한 정부를 그대로 유지하고는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없다.현 경제팀이 경위설명 기자회견도 못하고 있으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지금 경제상황은 심각한데도 경제부처는 최소한의 할일마저 제대로 하고

있는 것같지 않다.경제안정과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이야말로

시국수습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 요소임을 깨닫고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킬

수 있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나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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