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 한달 어떤 파장이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보철강이 부도낸지 23일로 한 달이 된다.건국 이래 최대의 금융사고였던 만큼 기업과 금융 양쪽에 엄청난 파장이 있었다.정부나 채권은행들의 후속대책도 매끄럽지 못했다.한보부도가 가져온 충격의 한 달을 금융 및 외환시장 중심으로 정

리한다.

◇부도는 얼마나 났나=21일 현재 한보계열사의 부도금액은 4천8백74억원으로 5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이같은 부도금액은 그대로 관련금융기관이나 어음거래를 한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후 서울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19개 기업이 부도로 쓰러졌다.한보부도 전에 비하면 하루 평균 4개가 늘어났다.1월중 서울의 어음부도율은 0.16%로 82년 이.장(李哲熙.張玲子)사건 이후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돈은 어떻게 돌고 있나=부도가 터진 후 당국은 우선 돈부터 풀었다.5조원 규모가 일단 묶이는 데다 설날 자금수요까지 기다리고 있어 지난달 23일의 부도 이후 2주 동안 약 5조5천억원을 풀었다.돈의 양은 많았지만 흐름이 문제였다

.

은행은 물론 종합금융등 금융기관 창구가 얼어붙으면서 풀린 돈들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은행들은 대기업이나 담보가 충분한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거래하기를 꺼려 한보거래 기업들은 물론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견기업.중소기업들의 부도가 급

증했다.용산전자상가의 대규모 부도사태가 좋은 예.

은행과 일부 자금사정이 좋은 기업들은 남는 돈으로 달러를 사들이거나 외화예금을 늘렸다.이 바람에 달러시세는 지난달 23일 달러당 8백53원60전에서 지난 18일 8백87원까지 3주 남짓 동안에 35원 가량(3.7%)치솟기도 했다.

◇해외신용도 추락도 문제=한보부도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외신용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당장 국내은행들의 해외차입금리가 한보부도 전보다 평균 0.10%포인트 안팎 올라갔다.제일.조흥.외환등 한보관련은행들은 신용등

급이 1단계씩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이밖에 상업.한일.보람은행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이 연기되는 등 금리 및 자금조달 양면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후속조치도 문제=부도 이후 포항제철의 위탁경영으로 넘어간 한보철강에 대한 자금지원 역시 채권은행들간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재산보전처분이 떨어지고 이달 5일부터 제일은행에서 당좌거래가 재개됐으나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이에 따라 제일은행이 다른 은행도 한보철강과 당좌거래를 해주도록 제의했으나 조흥.외환은

행등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또 채권단운영위는 당초 신용장개설 비용등 1천6백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5백억원을 1차로 지급키로 했으나 21일까지 4백70억원만 지급되는 등 은행들간에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손병수.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