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스쿨, 정원 자진삭감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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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출범 5년째를 맞는 일본 로스쿨들이 정원 삭감 등 획기적인 개혁안 마련에 나섰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보도했다. 2004년 처음 설립된 74개 로스쿨 가운데 46곳이 정원 미달 사태를 겪고, 사법시험 합격률은 평균 33%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표’ 때문이다.

문부과학성 자문기관인 중앙교육심의회가 10∼11월 전국 로스쿨을 조사한 결과 74곳 가운데 19곳이 2010년도부터 입학 정원을 삭감키로 했다. 49곳도 정원 삭감을 검토하고 있어 전체의 90%가 입학 정원을 줄일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이들 중 후쿠오카(福岡)대는 내년도 신입생 정원을 50명에서 30명으로 40%나 줄이기로 했다. 현재 정원을 유지하겠다는 6개교는 모두 사립이었다. 로스쿨들은 입학 정원 감축 외에도 학생 성적 관리를 강화하고 우수 교원 확보 등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입생 선발 때 최저 합격 기준선을 마련해 정원 미달을 이유로 미자격자들이 입학하는 것을 막겠다는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학교와의 통폐합을 추진하겠다는 로스쿨은 없었다.

일본 로스쿨이 위기를 맞은 것은 당초 입학 정원을 15∼20개 교 4000명 선으로 제한하려던 정부 방침이 각 지역 대학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74개 교 5800명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비롯됐다. 도시 대학과 명문 로스쿨에 우수 학생과 교수들이 몰리면서 2006년부터 실시된 새 사법시험에선 합격률이 3%에 불과한 대학까지 나왔다. 9월 발표된 올해 사법시험 평균 합격률은 33%였다. 이 때문에 로스쿨 입학 지원자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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