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특급 루키 차재영을 어쩔꼬 … 삼성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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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프로농구 안준호(53) 삼성 감독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신인 차재영(24·1m93㎝·사진)이다. 그가 10분 이상만 뛰면 팀이 이기지 못한다. 2008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삼성이 뽑은 차재영은 고려대 4학년 때부터 국가대표였다. 스몰포워드로는 경쟁력 있는 신장에 흑인 같은 탄력을 지녔고, 어느 위치에서도 득점이 가능하며 게다가 빠르기까지 하다.

시즌 전 안 감독은 “차재영은 경쟁력 있는 선수다.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말했고 기대도 컸다. 하지만 지금은 약속을 지키자니 팀이 힘들어지고, 외면하자니 차재영의 재능이 아까운 ‘고약한 상황’이 됐다.

삼성은 올 시즌 차재영이 10분 이상 뛴 5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그가 못한 것도 아니다. 공격에서는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지난달 30일 모비스전에서 17득점의 준수한 활약을 했고, 4일 오리온스를 만나서는 무려 28점이나 몰아넣으며 팀의 주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팀 승리와는 상관이 없었다. 삼성은 차재영이 10분 이상 뛴 최근 4경기에서 전패했다. 차재영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미안하기도 하고 속도 상한다. 점수를 많이 넣은 건 좋은데 팀이 지니 마음이 더 무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즉 수비에 있다. 차재영은 공격은 잘하지만 아직 팀의 수비 패턴에 녹아들지 못했다. 삼성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적인 수비가 강점이다. 이상민-강혁-이정석-이규섭-테런스 레더는 공·수에 걸쳐 호흡이 척척 맞는다. 여기에 차재영이 끼니 수비 한쪽에 균열이 생겼다. 차재영도 “협력 수비를 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 오픈 찬스를 많이 줬다. 앞으로 숙제다”라고 인정했다. 공격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차재영의 득점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이규섭·강혁의 득점 기회가 줄었다. 특히 차재영이 일대일 골밑 공격을 선호하면서 외곽 3점슛 찬스가 잘 나지 않는 것도 약점이다.

안 감독은 “차재영의 공격력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수비 리바운드는 보완이 필요하다”며 “대부분의 신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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