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패스 김승현, 속수무책 이상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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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리온스가 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에서 홈팀 삼성을 100-86으로 눌렀다. 오리온스는 7승7패로 6위를 기록했고 삼성은 충격의 4연패(6승9패)에 빠졌다.

삼성 이상민(右)이 4일 프로농구 삼성-오리온스 경기에서 김승현의 수비를 피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김승현 대 이상민의 포인트가드 대결에서 김승현이 압승을 거뒀다. [뉴시스]


오리온스와 삼성의 대결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김승현 대 이상민의 포인트가드 싸움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마법 같은 패스는 팬들의 환호를 부르기 때문이다.

경기 전까지는 이상민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 김승현은 지난 시즌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이번 시즌에는 세 번째 경기를 끝낸 후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당일 몸 상태에 따라 출전 여부가 결정될 정도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김승현은 15득점 11어시스트로 대활약했다.

기량이 정점에 올랐던 2006~2007시즌의 몸놀림이 연상됐다. 2쿼터에는 골 밑으로 파고들다 가넷 톰슨에게 비하인드 백패스를 연결했다. 3쿼터에는 골 밑까지 돌파해 들어가더니 3점 라인 밖의 전정규에게 한 템포 빠른 패스를 했고 전정규는 여지없이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수비수 두세 명을 끌어들인 다음에는 이동준에게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줬다.

패스만이 아니었다. 페이드 어웨이 슛, 깨끗한 미들 슛을 터뜨렸다. 외국인 선수를 앞에 두고도 가볍게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까지 양 팀은 팽팽한 경기를 펼치다 4쿼터 들어 급격히 흐름이 갈렸다. 삼성 이상민(8점·4어시스트)은 경기 종료 6분 41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당했다. 종료 5분20초 전에는 삼성의 두 번째 가드 이정석마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선장을 잃어버린 삼성은 김승현의 손끝에서 나오는 패스를 막을 수 없었다. 종료 4분을 남기고는 92-82, 10점 차로 벌어졌고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삼성 차재영은 이번 시즌 신인 최다 점수인 28점을 넣었으나 팀 승리로 빛이 바랬다. 부산에서는 동부(10승4패)가 83-80으로 힘겹게 KTF(4승11패)를 누르고 공동 1위에 복귀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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