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방과 당간부 숙청 조짐-북한 권력 내부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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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은 그가 현지위를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린게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黃비서 스스로 북한당국이 자신을'숙청'하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실제 최근 북한에선

인사개편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북한은 15일'김정일 생일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가졌다.그러나 종전과 달리 주석단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다.이는 중요한 행사뒤에 반드시 주석단 명단을 발표해온 기존관례와 다른 것이다.黃비서 사건 연루 혐의자를 고려한 점을 시사한다고

북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거기에 김정일(金正日)체제의 공식출범을 앞둔 인사회오리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 구체적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다만 정보소식통과 방북자(訪北者)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그 윤곽은 잡힌다.우선 94년 김일성(金日成)사망후 부각된 군부의 득세를 둘러싼 다툼이다.북한은'당(黨)이 지배하는 국가'이

고 군(軍)은 당의 통제를 받는 체제다.

김정일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군에 쏟았다.군부다지기에 지난 2년7개월을 보냈고 최근 여러차례 군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힘을 얻게된 군부는 기존 당료,특히 개방파들과의 갈등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한때 대미(對美)접촉을 맡았던 이종혁(李種革)당부부장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또 혁명1세대와 그 이후 세대간의 갈등도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김정일은 어떤 식으로든 부담스런 혁명1세대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이들에 대한'가지치기'작업을 하게 됐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인민무력부장 최광(崔光),최고인민회의 위원장 양형섭(楊亨燮)등 김정일의 친인척이나 빨치산 충성파가 아닌 혁명1세대 출신은 상당수가 지위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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