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상 밝히는 국정조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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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부터 임시국회가 열려 한보비리의 진상규명 작업이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여야가 한보부도 직후부터 국정조사권 발동을 위한 임시국회 소집 협상을 벌였으나 정략적 계산 차이로 20일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국회문을 열게 됐다.검찰수사를 놓고 원외에서 말싸움만 벌이던 여야가 여론의 압력에 못이겨 굼뜨게 국회를 연 것 자체가 우리 국회의 비능률.무책임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구성될 한보비리 국정조사특위의 활동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검찰이 한보비리에 대해 수사를 거의 마감했다지만 진상을 밝히기는커녕 의혹만 더 키워놓았기 때문이다.지금까지의 수사결과라는 것이 은행장 몇명에 정치인 몇명을 구속한 것이 고작이었다.인허가 과정.대출결정 등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믿어지는 인물들은 아예 조사를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소환을 함으로써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한다는 의심만 받고 있다.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역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거나,못하고 있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이제 진상규명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 있는 곳은 그나마 국회 뿐이다.그러나 국회 국정조사 역시 과거 경험으로 보면 그 앞날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증인채택 문제.조사범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누구는 되고,누구는 절대로 안된다는 식의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또 설(說)에는 설(說)로 대응한다는 식의 여야 말잔치로 끝날 소지도 없지 않다.

국정조사가 비리의 진상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야당은 지금까지 원외에서 공격했던 여러 설들에 대한 증거를 철저하게 수집하고,소위 핵심인물들을 성역없이 소환할 수 있도록 짜임새있는 계획을 가지고 조사에 임해야 한다.국회마저 한보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면 새봄에는 또 다시 거리의 정치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는 것을 여야의원들은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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