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용품.모피 옷 수입 2억불 넘어-사상최대 적자 낸 국제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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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낸 지난해 국제수지는 최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관계기사 2면〉 반도체.철강등 일부 품목에 사활을 건 수출구조의 취약성,고삐풀린 고급 소비재 수입,해외여행 바람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와 철강.화학제품 3개 품목이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들 3개 품목의 지난해 수출액은 3백22억달러로 95년에 비해 71억달러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1백53억달러로 95년보다 1백6억달러 늘어났는데 이중 70%가 이들'3총사'의 수출 감소 때문이었던 셈이다.

수출 감소는 역시 채산성 악화탓이다.전년가격 기준으로 따지면 3개 품목의 수출은 1백79억달러 가량 늘어난 것이나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실제 수출실적은 2백50억달러 가량 줄어들어 이런 결과를 낳았다.

특히 95년 호황의 주역이었던 반도체 수출단가는 지난해 61%가 떨어졌다.한햇동안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니 아무리 물량을 실어내도 수출실적이 늘어날 수 없었던 것. 수출이 안된다고 씀씀이가 줄어들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지난해 수입은 총 1천4백35억2천8백만달러로 95년보다 12.2% 늘어나 수출증가율(4.1%)을 세배 가량 웃돌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재 수입은 1백69억4천2백만달러로 95년보다 21.2% 늘어났다.

품목별로는 모피의류 수입액이 1억2천4백50만달러로 95년(6천1백90만달러)보다 두배 늘었으며 골프용구가 1억1천30만달러로 76.5%,승용차는 2억4천5백40만달러로 68.0% 늘어나는등 고가 외제품이 쏟아져들어오면서 수입 증가를 주도했다.

해외여행과 유학.연수 바람도 국제수지를 축내는데 큰몫을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관광객은 95년보다 1.8% 줄어든 반면 해외 여행을 떠난 한국인은 21.8%가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26억달러로 95년(12억달러)보다 두배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국제수지를 메우려면 빚(외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지난해 총외채가 1천억달러를 넘어서면서(1천20억달러) 한햇동안 2백40억달러 가량 늘어난 이유도 이때문이다.

올해도 전망은 밝지 않다.반도체등 삼총사의 가격이 언제 회복될지도 불투명하며 다른 효자품목도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올해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수입을 줄이거나 해외여행등에 따른 무역외수지 적자를 줄여가는 길 뿐이다.

국제수지 적자나 외채문제를 단순히 경제정책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며,정치.사회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런 구조적 문제들 때문이다.

금년 국제수지도 낙관 불허다. 지난해보다야 줄어들겠지만 당국조차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다. 유일한 방법이 저성장을 통한 적자축소밖엔

없다.당분간 수출증진을 바라긴 어렵고,수입과 무역외 부문 지출이

줄어드는게 현재로선 유일한 적자축소 방안이라는 것이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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