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黨비서 망명관련 중국정부 남북한에 강한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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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정부가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요청 사건에 대처하는 남북한 당국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한국민족의 성격이 급한 것은 잘 알지만 이런 큰 사건에 임하면서 남이든 북이든 남은 전혀 생각도 하지않고 너무들 흥분해 있다”며“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라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할 정도다.

이번 사건 처리를 둘러싼 남북한 당국에 대한 중국의 불만은“남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초장에 모든 것을 끝내려는 기세로 달려드는 저돌적 공세”라는 것이다.남북한 모두'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식의 벼랑끝 외교를 펼치면서 일말의 미안한 내색도 없이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데 대한 짜증스러움이다.

중국은 우선 한국측의 석연찮은 급작스런 사건공개와 대대적인 언론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도 사건 발생 7시간도 안돼 이를 서둘러 공개한 것이나 黃비서의 자술서를 이튿날 바로 언론에 배포한 처사등은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국내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국내 언론이 黃비서 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함으로써 중국정부의 운신 폭을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불만이다.

한국의 언론체질을 이해하지만 혹시 한국정부가 이를 부채질하는 측면도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

때문에 중국외교부는 협상에 나선 한국대표단에게 “제발 한국언론이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해달라”“접촉사실 자체도 언론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측 불만은 더 심하다.중국은 우선 북한측의“黃비서 피랍”주장에 대해“1차적 책임은 북한측에 있다”는 지적이다.중국측은 북한대표단과의 접촉에서“黃비서 같은 고위인사가 베이징(北京)을 경유한 사실은 물론 黃비서의 숙소도 북측으로부터 아무런 사전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만일 우리에게 알렸더라면 黃비서의 신변을 잘 보호해 그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을 전달했다.

중국은 특히 사건 발생이후 북한측이 보인 위협적인 태도에도 강한 불만과 경각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체불명의 건장한 체격의 사람들이 한국대사관의 포위를 풀지않고 있고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탄 차량추적을 비롯해 수백명의 특수요원이 평양으로부터 비행기와 열차편으로 긴급 공수되는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대표단을 불러“중국영토안에서 중국의 주권을 훼손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달라”는 강력한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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