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中企人 '사회의 부패 사슬'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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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업경영을 해온 지난 20여년은 그야말로 고통의 세월이었습니다.”한 중소기업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리와 부패현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노동계 총파업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해 화제가 됐던 재이손산업 이영수(李永守.60.사진)사장이 바로 그다.李사장은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월례경영조찬회'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비리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강도높게 비판했다.그는 지난 82년 자사의 수출용 골프가방이 별다른 이유없이 잡화수출검사소에서 불합격판정을 받아 결국 뇌물로 해결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李사장은“당시 수출기일을 맞춰야 한다고 통사정했지만 담당과장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며“처음에는 절대 뇌물을 주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성탄절 전야에 돈이 든 케이크 상자를 들고 집에 찾아가 통사정끝에 겨우 수출을 재개하고 월급을 줄 수 있었다”고 울먹이며 회상했다.李사장은 지난 79년엔 특허당국의 늑장행정처리로 자신보다 늦게 특허를 신청했던 미국업체에 오히려 로열티(기술료)를 물게되는 피해를 봤던 경험담도 털어놓았다.
인조피혁으로 만든 축구공을 개발,특허를 출원했으나 특허출원은자신보다 사흘이 늦었으면서 먼저 특허를 획득한 한 미국업체의 제소로 사업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李사장은 또“세금,공장신축허가에서 은행.경찰.소방서까지 어느하나 뇌물이 들어가지 않고는 해결되는 일이 없었다”고 분개하면서“기업이 제대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같은 부패구조의 사슬부터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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