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代 주부 전신마비 이기고 外助로 독학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뒷바라지 해준 남편에게 감사드립니다.”14일 오전11시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린 제5회 독학에 의한 학사학위 수여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윤자(李允子.30.경기도안산시본오동)씨는남편 이현수(李鉉洙.33.기계설계사)씨가 미는 휠 체어에 앉아활짝 웃음지었다.
7남매중 다섯째로 경기도평택 안일여고를 졸업한 후 대입 재수중이던 李씨는 85년 11월 새벽6시30분쯤 경기도안양시 자취방을 나와 도서관으로 가던중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무시하고 과속으로 달리던 택시에 치였다.결국 척추를 다치고 팔다리를 못쓰는 전신마비 1급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고통속에서 평소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지내던 李씨는 93년 신문에서 독학사학위를 딴 장애인의 기사를 보고“나도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공부를 시작했다.장래희망인 소설가가 되기 위해 전공은 국어국문학을 선택했다.
李씨는 입에 막대기를 물고 컴퓨터 자판을 누르는 식으로 글쓰는 방법을 익히며,하루 6시간정도 학과공부에 매달렸다.글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편지 한장 쓰는데 40여분 걸린다.李씨는 대필(代筆)시험관에게 구술해 시험을 치르는 어려움속에서 4년만에 독학사과정 4단계를* 마쳤다.
그러면서 李씨는 장애인 월간잡지.수레바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교도소 수감자들에게도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등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눈을 넓혀갔다.
李씨는 94년 PC통신 장애인동호회를 통해 해양대를 졸업한 남편 李씨를 알게 됐다.이들은 통신으로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우연히 교회모임에서 만났고,1년6개월동안 본격적으로 교제하다 지난해 6월 결혼식을 올렸다.“주위의 완강한 반 대를 무릅쓰고장애인인 나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맹세한 남편의 사랑에 고맙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李씨는 말했다.
“장애인이지만 어두운 구석이 한점도 없는 마음씨에 끌렸다”는남편 李씨는“아내가 좋은 글을 쓰도록 옆에서 끊임없이 격려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수여식에서는 영문.행정.경영등 12개전공분야에서 7백89명이 학사학위를 받았다.
〈장동환 기자〉 1급 신체장애를 이겨내고 독학으로 4년만에 문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윤자씨가 친정 아버지 이길배씨와 어머니김말녀씨,남편 이현수씨(왼쪽부터)에게 둘러싸여 기뻐하고 있다.
〈방정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