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여중생들 무료 경로식당서 노인들 손발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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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인천시동구창영동 인천세무서옆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관장 韓孝順). 오전11시를 넘어서면서 찬바람을 타고 날아온 눈발을 맞으며 건물 입구에 남녀 노인들이 한줄로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11시30분이 되자 절반 가량의 노인들이 1층.금창 경로식당'으로 줄줄이 내려갔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해 매일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곳에도 자원봉사 꿈나무는 어김없이 크고 있었다.인천박문여중 2학년 전현미(全炫美.16).김선미(金善美)양이 그들이다. 全양은 창영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자원봉사를 시작해 벌써 경력이 3년째다.
金양은 全양의 권*유를 받고 이곳에 같이 나오게 됐다.
두학생 모두 의무봉사 시간은 이미 채웠지만 하는 일이 재미있어 개학 후에도 1주일에 한번은 나올 생각이다.
노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그들은 잰 걸음으로 식기를 날랐다.
이곳에서 주는 점심 한끼로 하루를 때우는 노인들도 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식기 나르기를 끝내자마자 여기저기서“국좀 더줘”“김치가 모자라는데…”라는 말들이 터져 나왔다.이날 全양은 김치,金양은 밥담당을 맡았다.
이 탁자 저 탁자로 돌아다니면서 노인들의 식기에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었다.
큰 양푼에 국물을 담아 국자로 퍼주는 일은 같은 자원봉사자인강성범(姜聲範.19.제물포고3)군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姜군은 감신대 기독교교육학과에 합격한 예비 대학생.여름방학때했던 환경봉사보다 훨씬 보람이 느껴져 이날 친구 김민호(金民昊)군과 동생 성두(聲斗.16.선인중2)군까지 데리고 나와 봉사에 열을 올렸다.
식기를 나르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식기 반납까지 이들이 맡는다. 물컵을 든 노인들에게 큰 주전자를 기울여 물을 따라주는 것도 이들 몫이다.
설거지 통에서 나온 숟가락과 젓가락,그리고 물컵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더러워진 탁자를 행주질하고흐트러진 의자를 정리하는 것으로 자원봉사는 끝이 난다.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노인들은 하루 1백30여명.
혼자 살면서 점심을 거르는 노인들이 절반을 넘는다.
“친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모시듯 정성을 다하고 있어요.”겨우한마디를 하고 미소짓는 全양의 얼굴은 맑기만 했다.
〈윤석진 기자〉 김선미.강성범.전현미양(왼쪽부터)등이 인천의금창 경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노인들을 수발하고 있다. 〈박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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