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출간 10주년 맞은 이영도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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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0년 전. 한국산 판타지 대작 『드래곤 라자』(전 12권)가 출간됐다. IMF로 상징되는 경제난에도 100만 부를 팔아치웠다. 이영도(36·사진) 작가의 상상력은 일본(40만 부)·대만(30만 부)·중국(10만 부) 등 이웃 나라에도 통했다. 게임과 만화로도 제작됐다.

10년이 지나도 그 인기는 식지 않았다. 양장본 『드래곤 라자』(황금가지, 전 8권)와 신작 『그림자 자국』까지 포함된 13만 원짜리 박스세트 1000질이 인터넷서점에서 3분 만에 매진(지난달 14일 예약판매)됐다. 공개석상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그가 2일 기자간담회에 나왔다.

오랜만(3년)에 신작을 발표한 이유를 묻자 머리를 긁적이며 “오랜만에 두드린 게 아니라 두드려놓고 보니 오랜만”이라 답했다. 그에게 글쓰기는 ‘두드리기’다. ‘드래곤 라자’는 1997년 PC통신 하이텔에서 연재했던 이야기다. 이후에 내놓은 『퓨처워커』『폴라리스 랩소디』『눈물을 마시는 새』 등도 하이텔 연재물이다. 그러나 『그림자 자국』은 연재 과정 없이 나왔다.

“하이텔이 없어진 뒤 연재할 공간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이텔은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만 있었죠. 텍스트만으로 표현되는 환경이라 ‘자기 드러냄’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게시판 하나에 여러 작품이 올라오는 터라 독자와 작가의 구분도 뚜렷하지 않았죠.”

그는 “하이텔에선 작가의 익명성이 보장됐기에 ‘다른 자신’을 드러내기엔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 환경에선 글 외에도 이미지, 하이퍼링크 등을 통해 작가의 모습이 다각도로 드러난다. “글과 글쟁이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글과 글쟁이의 구분이 모호한 웹 2.0의 느낌이 싫습니다.”

혼자 하는 게임만 즐기기에 ‘드래곤 라자’ 온라인 게임도 해본 적 없는 그다. 그래도 “이 시대에 맞는 식으로 정서를 바꿔볼까 한다”고 했다. 인터넷 연재를 고려한다는 뜻이다. 신작이 언제 나올지는 장담 못한다. “두드리다 안돼 저장해둔 것들 중 회생 가능성 있는 글이 별로 없습니다. 어떻게 쓸까 생각은 매일 하는데 글로 나오긴 쉽지 않네요.”

글=이경희 기자, 사진제공=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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