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黨비서 황장엽 망명-왜 서둘러 발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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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황장엽 비서의 한국도착 이전에 서둘러 그의 망명을 발표한 것은 한보게이트를 물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강력 부인하고 서둘러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黃비서의 망명을 정부가 저녁에 긴급발표한 것은 평양 귀환일정에 맞추지 않은 그의 움직임을 보고 북한이 한국의 납치극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黃비서는 이날 오후4시 평양행 열차를 타고 북한에 돌아갈 예정이었다”고 말했다.그는“黃비서가 귀환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북한권력층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전제,“우리가 발표하지 않고 있을 경우 북한이 한국의 납치 극으로 바로거짓 선전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정부도 중국과의 교섭문제가 남아있음에도 이를 발표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도“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첫 보고를 받고 黃비서의 안전한 한국도착을 위해 최우선 고려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역공을 차단하기 위해 이를 서둘러 발표키로 정했다”고 덧붙였다.또 북한을 의식하 는 중국에 대해 우선 그의 망명을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고려도 작용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그러나 정부가 한보파장의 곤경을다소 벗어나기 위한 고려에서 이런 결정을 서두른 측면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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