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者 아니면서 절앞서 장사 상인들 '改宗.생업포기'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생업 포기냐,개종(改宗)이냐'.
충북보은군내속리면사내리 속리산국립공원 집단시설지구내 상인중 불교를 믿지 않는 상당수의 주민들은 요즘 심각한 기로에 있다.
법주사가 사찰소유 토지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경신하면서 불교신도가 아닌 임차인들에 대해 개종을 요구하는 각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법주사측은.불자 아닌 사람이 불자를 사칭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대차계약은 취소된다'는 계약서상 명시된 약정해제권을 그동안 행사하지 않았으나 98년부터는 이를 엄격히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리 집단시설지구내 법주사 땅에서 상가와 주택을짓고 생활해온 5백50여가구 상인과 주민들은 지난달 20일부터올해 임대차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대부분 각서를 써주고 있다.
.개종 또는 이에 준하는 성의표시가 없는 한 98년부터 임대차계약은 불가하다는 사찰방침을 충분히 납득,확인한다'는 게 주된 내용.
사내리 집단시설지구내 법주사 땅은 전체 87만여평방 가운데 95%.사실상 대부분 주민들의 생사여탈권을 사찰측이 쥐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체 주민 가운데 70여명은 이곳 사내리의 속리산천주교회와 속리산교회에 다니고 있다.
이들 교회신도는“토지소유권을 빌미로 수십년간 살아온 주민들에게 갑자기 개종을 강요하는 것은 토지소유주의 횡포”라며 반발,10일로 돼있는 재계약 마감일을 이미 넘긴 상태다.
이에 대해 법주사 관계자는“일부 임차인들이 십자가를 목에 건채 버젓이 사찰을 드나들고 있어 이를 더이상 묵과해선 안된다는내부 지적이 있었다”며“각서 요구는 이미 명시돼 있는 계약서 내용을 상기시키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집단시설지구내 상가터 임대료는 30평당 연간 25만원으로 비교적 싼 편이며 법주사가 주민들로부터 연간 거둬들이는 임대료 수입은 2억3천만~2억4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안남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