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6개구단 설날연휴 뒷전 해외전훈 강행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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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설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일본 쓰쿠미 시립구장. OB 김인식감독은 전에 보지 못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 유택현에게 구질을 물어보았다. “그게 무슨 공이냐.” 고개를 갸우뚱하던 유택현은 “이거 야구공인데요.” 전지훈련중인 OB선수들은 유의 엉뚱한 대답덕에 폭소를 터뜨리며 민족최대의 명절에도 훈련을 해야하는 고달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선수들에겐 명절이 없다.특히 매년 이맘때 찾아오는 설은 대부분 해외전지훈련장에서 맞기 때문에 차례는 물론 떡국 한그릇 먹기도 힘들다. 올해도 8개구단 가운데 6개구단이 설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보냈다.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중인 쌍방울 선수들은 설인 8일 아침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설인데다 비마저 내려주니 하루쯤 편히 쉬며 명절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그러나 엄청난 예산을 들여 왔는데 쉴수는 없는 노릇.김성근감독은 실내훈련장으로 장소를 옮겨 오후5시까지예정된 훈련을 모두 마쳤다. 선수들은 그날 저녁 파김치가 되고난 후에야 구단이 준비한 떡국맛을 볼 수 있었다. 괌에서 훈련중인 LG는 설 아침 구단이 준비한 음식으로 간단히 차례를 지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중인 현대와 삼성선수들은 운좋게도 8일(현지시간)휴식시간을 가졌다.설이라서 쉰것은 아니고 순전히훈련일정 때문.현대는 4일훈련에 하루 휴식 일정이 맞아떨어졌고삼성은 3일훈련에 하루씩 쉬다보니 그렇게 됐다 . 현대는 매년 설이면 계속해오던 선수단 윷놀이로 명절기분을 즐겼고 삼성은 10일 점심식사때 떡국을 먹으며 또 한살을 먹었다. 롯데와 해태선수들은 고국에서 명절을 지낸뒤 10일과 12일각각 훈련장소인 호주와 하와이로 떠나 그나마 아쉬움이 덜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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