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게이트>정태수씨 부도난 날도 추가대출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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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은 한보철강 부도 당일인 지난달 23일 제일은행에서 부도처리를 최종 통보했으나 배후세력의 영향력으로 어음이 결제될 것으로 믿어 끝까지 부도 사실을 인정치 않고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 혀졌다. 6일 제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제일은행측이 鄭총회장에게 최종부도처리를 22일 밤 통보했으나“국민기업인 한보에 무슨 부도냐.내 뒤를 봐주는 사람을 알지 않느냐.돌아올 어음이나 차질없이결제하라”며 오히려 은행 관계자들을 나무랐다는 것이다. 鄭회장은 23일에도 제일은행을 방문해 어음 결제를 독촉했고 오히려 추가대출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23일 오후 부도 소식이 전해지자“그럴리가 없다.한보는 무너지지 않는다.은행측의 착오일 것이니 다시 알아보라”며 은행에 여러차례 확인전화를 했다고 이 관계자는 증언했다.그러나 한보 실무자들은 鄭총회장과는 달리 한보 자금난이 극심했 던 지난해 12월부터 당시 한보의 김종국(金鍾國)재정본부장과 김대성(金大成)상무가 매일 아침 제일은행으로 출근하다시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관계자는“올초부터는 金본부장도 당일 돌아오는 어음 액수를 몰라 어음결제가 접수된 뒤에야 규모를 파악할 정도였고 1천억원이 넘는 어음이 돌아와도 한보측은 불과 20억~30억원밖에 현금을 보유하지 못해 은행에서 1억원 단위까지 맞춰 어음을 결제했다”며 한보측의 허술한 자금관리를 지적했다. 그는“지난달 중순에는 은행에서 鄭총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잡아야 대출해주겠다고 하자 金본부장이 은행장앞에서.오늘 결제못하면한보는 끝'이라며 엉엉 울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鄭총회장은 또 지난해 하반기 한보 대출실무를 맡은 은행 간부에게“한보철강이 순조롭게 완공되면 내가 고위층에 이야기해 나중에 은행장을 시켜주겠다”고 큰 소리를 쳐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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