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빈 은행장 자리노려 정치실세에 줄대기 눈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은행가에서는 최근.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라는 군가가 자주인용되고 있다. 한보사건으로 은행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소환되고 있는 와중에도 은행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은 열심히.운동'을 하고 있는분위기를 빗댄 말이다. 특히 이달 말에 모든 시중.지방은행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갖고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을 선임하기 때문에,심지어.상중(喪中)'인 제일.조흥은행까지도 관련 인사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식이다. 은행장이 구속된 제일.조흥은행에서는 벌써부터 후임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청와대나 정치권 실세들에게 줄을 대고 있다는 소문이 많다. 한은이나 은행감독원 고위관계자들의 이름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피해가 가장 큰 제일은행의 경우 전.현직 임원들이 은행장과 전무자리를 놓고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느라 사무실을 자주 비우고 있다는 것. 그런가 하면 노조에서는 은행이야 망신을 당했지만 은행장만은 외부에서 올 수 없다며.낙하산 반대'를 주장하는 사발통문을 돌리고 있다. 제일은행장 후보로 거론중인 한 인사는“행장자리에 관심이 있으면 금융기관 인사에 영향력이 큰 K씨를 찾아가라는 권유를 받았다”며“아직도 은행장을 은행 자율로 뽑지 못하는 풍토가 남아 있어 문제”라고 개탄했다. 〈손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