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상자 뇌물.비자금등 거액현찰 보관.전달에 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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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명절때면 정성을 담아 선물로 보내지던 사과상자가 큰 사건이 날때마다 돈상자로 둔갑하고 있다.사과상자 1개에는 1만원권으로현금2억여원이 들어가는데 이를 이용,사과 아닌 현금을 담아 뇌물전달이나 비자금 은닉용등 검은돈의 운반 수단으 로 쓰이고 있다. 한보철강 특혜대출사건도 예외가 아니어서 5일 구속된 신광식(申光湜)제일은행장과 우찬목(禹贊穆)조흥은행장이 사과상자 2개씩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구속영장에 따르면 申씨와 禹씨는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과 9월에 각각 현금 2억원이 들어있는 사과상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골채 채취허가와 관련,4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된 이태형(李泰衡)전 수자원공사 사장도 사과상자가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 95년 7~9월 사이 독립산업개발 채범석(蔡範錫)대표로부터.사과상자'를 받았다가 탈이 났었다.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현금 사과상자와 더욱 인연이 깊다.지난해 1월 비자금사건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사과상자 25개에는상자당 1만원권 2억4천여만원씩 모두 61억2천만원이 들어있었다. 한편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뇌물이 주로 현금으로 전달되면서 사과상자 외에도 다양한 용기가 동원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1억원이 들어가는 골프백이나 007가방,3천만~4천만원이 들어가는 라면박스,4백만~5백만원이 들어가는 비누상자 등으로 뇌물액수에 따라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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