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들 '마음의 등불'은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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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화강암처럼 단단한 복서의 가슴에도 시인의 정서가 깃들여 있고여성의 부드러움이 스며 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정 때문이다.이때문에 모정을 듬뿍 받고 자란 복서들은 때로는.마마보이'같은 기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각의 링에서는 사나운 표범이지만 어머니 치마폭 아래에선 언제나.얌전한 새끼고양이'가 되기 일쑤다. ◇모정결핍형=.핵주먹'마이크 타이슨(31)은 16세때 어머니가 암으로 죽었지만 항상 모정을 잊지 못했다.그는 어머니를.온화하고 폭력을 싫어하는 여자'로 기억하고 있다. 어린 타이슨은 다섯살위의 형 보다는 주로 여동생과 놀았을 정도로 여성다웠다.그래서.요정같은 소년'이란 별칭이 따랐다. 그러나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그는 거칠어졌다.스승인 커스 다마토가 그를 이끌었지만 모정결핍때문인지 계속 방황했다. 아내 로빈 기븐스와의 이혼,성폭행으로 인한 3년간의 철창신세….심지어는 대리모로 생각한,스승의 애인을 성희롱하기도 했다. ◇마마보이형=전WBA 헤비급 챔피언 브루스 셀던(30)은 링에 오르기전 어머니 사진을 들여다 보는 버릇이 있다.그의 어머니는 4년전 심장마비로 숨졌지만 어머니 사진을 보면 용기가 솟아오른다고-. 셀던은“어머니가 보호해주시기 때문에 복서로 성공했다”며“지금도 어머니가 위에서 지켜보고 계신다”고 말할 정도. ◇과보호형=89년 영국의 링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라이트헤비급 토니 윌슨의 어머니가 격노한채 링으로 뛰어올라뾰족한 스파이크 힐로 상대선수의 머리를 후려쳐 상처를 입힌 것. 아무리 복싱경기라고 하지만 아들이 두들겨 맞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모자간의 정은 강철처럼 강했다. ◇순종형=WBC헤비급 전챔피언 레녹스 루이스(31)의 어머니는 아들의 경기라면 빼놓지 않고 보러 간다. 루이스는“요리나 자립심등을 어머니로부터 배웠다”며 “나는 비록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어머니 때문에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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