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성>세무사무원으로 재취업한 주부 정말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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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이가 아직 어리다고 어물거리다 더 나이가 들면 정식 취업은 불가능해져요.” 지난해 12월말부터 세무사무원으로 제2의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말임(鄭末任.32.세원합동회계사사무실.사진)씨.재취업을 원하는 여성에게 그는.과감성'이 가장 필요하다고지적한다. 작은 전자회사 경리과에 근무하던 鄭씨는 지난 91년 임신과 함께 회사를 그만뒀다.한동안은 품안의 아이 치다꺼리에 다른 생각할 틈도 없었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 혼자 있으려니까 자꾸 우울해지더군요.” 뭔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경제적으로도맞벌이에 대한 욕심이 났다.하지만 집에서 혼자 하는 부업이나 파트타임직은 싫었다. 鄭씨가 원한 것은 목표의식과 소속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며돈을 벌 수 있는.직장'이었다. 출산전에 다니던 회사에 잠깐 다녀보기도 했다.그러나 오래할 수 있는 직장같지는 않았다.그러던 지난해 9월 鄭씨는 어느 생활정보지에서 세무사무원교육안내를 발견했다.세무사무직은 세무사나회계사를 도와 자료처리.분석,세무회계상담등을 하 는 일종의 전문직.마침 노동부 지원단체인 여성자원금고(02-3662-4271~4)에서 텔레마케팅에 이어 새로 교육과정을 개설한 참이었다.한달에 6만원씩 3개월과정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전문직'의 매력에 鄭씨는 도전해보기로 했 다. 다행히 鄭씨는 아이가 유치원과 종이접기학원을 다니는 덕분에 강의를 받는 동안 아이를 따로 탁아방에 맡기지 않아도 됐다.게다가 상고 출신인지라 회계과목등이 낯설지 않았다.목표가 있어서인지 컴퓨터프로그램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남편의 격려 또한 힘이 됐다.마침내 鄭씨는 무사히 수료증을 받았고 여성자원금고측의 소개로 곧바로 취업까지 할 수 있었다. 鄭씨가 다시 일을 시작한지 이제 한달여.세무사무실은 1월부터5월까지가 가장 바쁜 곳이라 최근엔 연장근무가 잦은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여섯살이 된 아들 민찬(旻燦)이는 유치원이 끝나면가까이 사는 친정오빠집에 가 있곤 한다. “퇴근 후 힘들 때도 있지만 민찬이까지 엄마에게 힘내라고 격려해주더군요.이왕 시작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할거예요.” 작은 鄭씨의 얼굴엔 다부진 결의가 가득하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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