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수지의 형제義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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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가족 7명을 태운 승용차가 운전미숙으로 수심 4의 저수지로미끄러졌다.이 사고를 목격한 두형제가 필사적으로 달려가 물속에가라앉는 승용차 문을 가까스로 열고 가족 모두를 구출했다.그리고 이 형제는“누구라도 물속에 빠진 이들을 구 하기 위해 구조활동을 벌였을 것”이라고 겸손해 하고 있다. 한보사태를 두고 책임있는 공직자나 높은 분들이 한결같이 나는모른다고 발뺌하는 세태에서 이들 두 형제의 의로운 행동이 더욱값져보인다.그들의 겸손이 나라를 경영한다는 높은 분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하는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나라 경제가 기우뚱거리는 위기상황을 보면서도 누구 하나 내탓이라고 나서는 이 없는정부다.모두가 용이고 대선주자라고 거들먹거렸지만 가라앉는 나라꼴을 눈앞에 보면서도 내가 건지겠다고 나서는 이 하나 보이지 않는다.뿐인가,힘깨나 쓰고 권력을 휘두른다는 사람 모두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한보총수는 출생 이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발뺌 뿐이다. 승용차 아닌 나라 전체가 거대한 저수지에 빠질 위기국면이지만제몸의 안위를 가리지 않고 찬 물속에 뛰어들어 나라를 구출하려는 의지를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킨다.평시에는 거들먹거리고 위기때는 발을 빼 는 우리의 높은 사람들과 물불 가리지 않고 남의 위기를 보면 뛰어드는 우리의 저수지 의인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은가. 제몸 안위를 가리지 않고 올바른 일을 제대로 말하고 행동하는게 의인이다.네탓이나 발뺌을 일삼을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더이상 비리와 정권유착은 없애야 한다는 각오로 바르게 증언하고 고쳐야 할 길을 제시하는 정치 의인이 나와야 한다. 이름 없는 저수지 의인은 있지만 이름 높은 정치 의인은 어째서 나오지 않는가.이게 한탄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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