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축구에선 중국 도박업자들이 한국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마추어뿐 아니라 실업축구에서도 선수는 물론 감독과 심판, 구단 관계자 등 상당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프로축구 K-리그까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거액의 사기 도박판을 벌이는 업자들이 한국 경기의 승부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다. 그동안 7대0이나 8대2 등 축구에서 나오기 힘든 스코어가 속출한 배경을 짐작케 한다.
프로야구에선 감독이 자기 측 투수에게 내리는 사인을 상대팀 타자에게 알려주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재박 LG 감독은 “한국 야구위원회가 이를 공론화해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선수들이 스스로의 개인 성적, 다시 말하면 연봉을 올리려고 상대팀과 사인의 내용을 거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감독의 작전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경기 결과까지 뒤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팀과 관중 모두에 대한 배신행위다.
국가와 사회가 스포츠 육성에 힘을 쏟는 이유는 스포츠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보편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통해 청소년과 성인에게 도덕적인 성격과 기풍을 고취한다는 데 큰 뜻을 두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페어플레이는 핵심적인 존재 조건이다. 관중이 응원하고 몰입하고 흥분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공정하게 겨룬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너질 때 한국 스포츠의 미래는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축구에서는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행위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 긴요하다. 다음은 야구협회·축구협회가 나서서 대대적인 자정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비리 가담자들을 자체적으로 색출하고 준엄하게 징계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