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기업化의 허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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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 일각에서 부도가 난 한보철강을.국민기업'이라는 그럴듯한이름으로 공기업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이는 한마디로 정부와 은행의 잘못으로 인한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려는 발상으로 보인다. 당장 이 공장을 완공하려면 1조원이 추가로 투자돼야 하고 완공후에도 기술적인 요인 때문에 98년까지 정상가동되려면최소한 1조원이 더 든다고 한다.더구나 당진제철소가 과연 이미투자된 5조원의 값이 나가는지 혹은 그 절반밖에 안 나가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따라서 포철이나 혹은 다른 민간대기업에 인수시킬 경우 다른 방법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기업 발상이 나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이 어떠하든 정부 일각에서 검토하는 공기업화 방안은 다음 몇가지 이유로 당장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첫째,공기업의민영화가 대세인데 다시 거대한 공기업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우선 원칙에 어긋난다.둘째,기업의 경영부실과 정책의 실책을 국민이 부담해 구제해주면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유지하기 어렵다.셋째,한보철강의 뒤처리는 이 공장의 기술적및 경제성 검토가 제대로 된 이후에나 가능한데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는 의혹을 서둘러덮어버리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점이다. 넷째,채권금융기관 대출금의 주식으로의 출자전환은 나중에 금융기관마저 부실화시킬 위험이 크므로 곤란하다는 점이다. 부도난 한보철강은 이른바 국민기업화보다는 공개적으로 민간기업에 공매하는 것이 옳다.모든 시설을 한 기업에 매각할 수도 있고 설비를 분리해 매각할 수도 있다.문제는 공매가 이뤄지기 전에 공신력있는 전문가들이 공장에 대한 정확한 감정 을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설비의 이상은 없는지등의 정보가 가급적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가 걱정하는 제3자 인수의 경우 경제력집중 혹은 재벌에 대한 특혜주장은 근거가 약하다.공정거래위원회나 은행을 통해 대기업의 경영을 감시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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