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의 저질 의혹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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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의혹을 놓고 여야가 연일 저질(低質)의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그러잖아도 의혹은 첩첩이고 사회불안은 심각한데 정치권마저서로 막가는 말로 분위기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여야간에 폭로전이 벌어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한보의혹에 관해 한가지라도 더 진상이 드러나고 정치권 비리(非理) 한가지라도 들춰내는 내용이라면 그런 폭로전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의혹에 의혹을 보태거나,없는 의혹을 새로 만들어내는 폭로라면 책임있는 정당이 결코 할 일이 아니다.의혹을 제기한다면 반드시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근거도,까닭도 못 대는 무책임한 공방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할 뿐이다. 가령 여당은“모당(某黨) 3인방의 수수설 등이 시중에 유포되고,또 모당의 유력한 재경위원이 상당한 의심을 받고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주장했다.여당 대변인이 시중 소문이나 루머의 전달자가 아니라면 이런 말을 공개적.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그 양식이 의심스럽다.시중에 유포되는 설(說)이 있더라도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파악해 발표할만한 것인지,아닌지 검토.판단하는 것이 공당(公黨)의 최소한의 책임일 것이다. 또 야당도“고위층이 개입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곧잘 하고 있는데 정보가 있다면 당연히 밝혀야지 밝히진 않고“정보가 있다”고만 말하는 저의는 뭔가.그리고 특혜 배후에4인방이 있다느니,청와대비서진이 축소.은폐에 발 벗고 나섰다느니 하는 야당측의 주장도 아직껏 이렇다할 근거제시도 없이 나온말들이다. 의혹의 규명은커녕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이런 여야간의 저질 정쟁(政爭)은 국민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고,정치권 자신들을더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 뿐이다.국민들은 지금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의혹을 따지는 것을 보고싶어 하지 저질말싸움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야는 시중 루머나 옮기고 서로 의혹 덮어씌우기 공방전이나 벌일게 아니라 당장 오늘이라도 관계상임위라도 열어 실제 뭣 하나를따지는 일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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