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 폭로시기 놓고 국민회의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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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가 29일 한보(韓寶)의혹을 밝힐 증거 1탄을 공개하겠다던 당초 방침을 유보했다.그러자 당장 여권에선.증거없는 정치공세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며 즉각 반격했다. 국민회의측은 폭로 유보 이유를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당이 비리를 폭로할 경우 여당을 원내(院內)로 이끌어내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성급한 폭로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을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정보.제보를 여과해 빠른 시일내에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당의 입장”이라고만 밝혔다.시기의 문제라는 해명이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인이유는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 아 니냐는 의혹이당내외에서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정보의 함량미달로 공개가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합민원실 오길록(吳佶錄)실장은“권력 핵심부와 한보와의 연결고리를 캐내는 작업이어서 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채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제보가 설익은 것이 대부분이고 내용도 복잡해이를 가리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고 털어놨 다. 당의 한 실무관계자는“이야기는 많으나.청와대 고위관계자와 정보근(鄭譜根)한보회장이 술자리를 자주 하는걸 목격했다'거나.민주계 실세가 은행에 대출압력을 넣었다'는등 물증없는 주장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한 측근은“금융계.재계및 수사기관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상당히 확보해 놓은 상태며 총재가 직접 챙기며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중”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그는“깜짝 놀랄 것”이라며“면책특권과 전파력이 강한 국회의개회를 앞두고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에서 발표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유보배경을 설명했다. 한보정국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여권의 대응을 보아가며 적절한시기를 택해 적정 수위의 증거물들을 단계적으로 내놓는다는 전략을 세워놓았으며 이를 위해 현재 양심선언 준비.사진등 증거물 채집등 막바지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자민련과의 공조도 폭로를 유보하게 한 현실적 요인으로 작용한것으로 알려졌다.비서실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한보사태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자민련의 입장을 고려,양당 합동조사단을 창구로 하는게 모양새가 좋다는 의견이 받아 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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