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빛 엄마의 사춘기 자녀 키우기] 공부 스트레스 풀어줄 취미 활동 지원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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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병원에서 초등 5학년생 딸아이의 우울증 진단을 받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아이가 의욕도 없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급기야 탈모 증세까지 생겼다고 했다. 그 엄마는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은 두세 배 더 많은 사교육과 학습량을 소화해도 별 탈이 없는데 왜 우리 아이만 못 견딜까요?”

필자 역시 아이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힘들다고 하소연하거나 짜증을 부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너만 힘드니? 다른 친구들은 잘 참고 견디잖아. 왜 너만 유난을 떠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참곤 했다. 가끔 엄마로서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기도 했다. 아이가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남달리 심약한 게 아닌지 속상하기도 하고 염려도 됐다. 아이의 스트레스를 인정하긴 쉽지 않았다. 똑같은 상황에서 사람마다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사회에는 서로 돕고 이해하기보다 내 이익을 먼저 챙기고 남을 밟고 올라서야 살아남는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요즘의 교육정책이 국제경쟁력을 요구하고 있어 한층 더 학생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조기교육이다, 선행학습이다, 하면서 아이들은 쉴 틈 없이 사교육을 받아야 하고 늘 ‘엄친딸(엄마 친구 딸)’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와 비교당하며 경쟁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녀의 심정을 부모가 먼저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또 스트레스를 건강한 방법으로 풀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아이가 사춘기 시절에 좋아하는 사물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북과 장구를 치고 나면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기분을 풀고 돌아오면 공부에 더 집중하고 짜증도 훨씬 덜 부렸다. 공부만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하나 정도 허락해주고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 영화나 음악 공연·연극 감상도 좋고, “다 큰 아이들이 뭘 그런 것을 하겠나” 싶지만 가끔 지점토나 매직믹스로 만들기를 해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남자 아이라면 운동이나 등산, 장난감 조립을 추천하고 싶다.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스트레스도 풀고 영어 공부도 되는 일석이조의 취미 생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적든 많든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미래 사회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경쟁력 아닐까.

이남수·『솔빛 엄마의 부모 내공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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