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부도 은행 인사태풍 예고-내달 株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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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2월 정기주총을 앞둔 미묘한 시기에 터져버린 한보그룹 부도사태가 올해 은행 임원인사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비상임이사제도 도입으로 인해 격변이 예상되는 터에,한보사태에 따른 인책론까지 대두돼 이번 주총에서는 유례없이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
올해 임기 만료되는 시중.지방은행 임원들은 모두 80여명.
우선 이들중 상당수가 비상임이사제 도입으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형편이다.
한보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여신이 많은 조흥.외환등 한보에 연루된 은행들은 인사태풍의 중심권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한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어떤 형태로든 은행권에서.희생양'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제일은행 신광식(申光湜)행장의 재선임 여부. 申행장은 이철수(李喆洙)전행장의 구속으로 지난해 5월 선임돼 재임기간이 8개월밖에 안됐지만 본인의.임원임기'가 만료되기때문에 사실상 행장 초임 임기가 끝난다.
은행 내부에서는 한보사태의 대부분 책임이 李전행장에게 있다고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申행장도 현직 행장으로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감사와 한보에 대한 여신.심사를 담당해온 임원들의 거취도 주목거리다.
조흥은행의 경우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한보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중 제일은행 다음으로 많은 부실여신을 안게 된 탓이다.
임기만료되는 장철훈(張喆薰)전무와 채병윤(蔡炳允)감사는 대과없이 은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역시 한보 문제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임기만료가 6월인 장명선(張明善)행장과 2월인 조성진(趙成鎭)전무.정기종(鄭基鍾)상무등이 한보 여신의 결재라인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한보로 인한 직접적 타격이 별로 크지 않지만 금융구조 개편문제등과 관련,무풍지대라 할 수는 없다.
금융계에서는 대선을 앞둔 정치 바람에다 금융개혁 바람,그리고한보 태풍까지 가세한 이 시기에 은행 인사의 난맥상이 다시 도질까 걱정이 많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검찰의 한보 수사에 발맞춰 금융계의 고질병인 투서질이 늘어난다든지,잘해온 은행 임원을.속죄양'으로 만드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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